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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n Wallace 아저씨가 올해 Essen에 내놓은 London을 플레이해봤습니다. 사실 박람회가 시작하기 전에 공개된 게임 규칙을 읽고 “이건 안사도 되겠군(?)”이라고 마음 속으로 결정했는데, 굉장히 주관적인 이유를 꼽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런 것도 이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그 분 게임 치고는 너무 간단하다.
- (1번에 이어) 게임 내용만으로 보자면 그냥 카드 게임이다 – 보드는 왜 넣었나?
저는 게임보드에 지리/공간적 요소가 있는 걸 더 좋아하다보니, 런던 지도가 떡하니 들어는 있지만 사실상 게임에서 하는 역할은 50%가 간단한 book-marking, 50%는 카드 진열대(!)인 London의 보드는 별로 마음에 들지가 않았던 것입니다;;
각설하고, 게임플레이에 대한 감상은 이렇게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지난 몇 년간 Caylus/Agricola에서 시작된 일꾼 배치(worker placement) 게임의 유행과 더불어 게임게 최대의 이슈는 CCG의 요소를 차용한 카드게임 전성시대일 것입니다. Dominion은 덱빌딩을, 올해의 관심작 7 Wonders는 MtG의 드래프팅을 메인 시스템으로 이용해서 성공한 게임들이죠. London은 여기에 대한 Martin Wallace 나름의 응답(?)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게임 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카드 1장을 뽑고 (덱에서 안보고 뽑거나 보드에 진열된 카드 중 뽑거나) 다음 액션 중 1가지를 골라 합니다.
- 손에 든 카드 사용
- 도시 운영(run the city)
- 런던 보로우(borough: 우리 나라로 치면 區 정도 됩니다) 한 개 구입
- 카드 3장 더 뽑기
게임의 핵심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액션입니다. 손에 든 카드를 사용할 경우, 대부분은 해당 비용을 지불하고 카드를 자기 앞에다 내려놓게 됩니다. 카드에는 런던과 관련된 여러가지 건물이나 시설 등이 명시되어 있고, 기본 비용은 같은 색깔의 다른 카드 한 장(추가로 돈을 요구하는 카드도 있습니다)입니다. 비용으로 지불한 카드는 보드 위의 카드 디스플레이에 추가되어 다른 플레이어가 자기 턴을 시작할 때 덱에서 카드를 받는 대신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자기 앞에 카드로 지어진 건물/시설이 어느 정도 생기고 나면 도시 운영 액션을 택할 수가 있습니가. 각각의 건물이나 시설은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 기능들은 도시 운영 액션을 선택할 경우에 발휘(activated)되며 일부 카드에는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내야 하는 비용(역시 다른 카드 혹은 돈)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카드의 기능에는 돈/승점을 받는다던지, 가난(poverty) 큐브의 갯수를 늘리거나 줄인다던지 하는 등이 있습니다. 한 번 도시 운영이 끝나고 나면 카드 종류에 따라 1회성 카드는 뒤집어서 사용했음을 표기하고 여러번 쓸 수 있는 카드는 그대로 유지합니다. 마지막으로 손에 든 카드 장수와 자기 앞에 지어놓은 건물 스택의 갯수, 그리고 런던 지도 위에 표시된 자기가 소유한 보로우(borough)의 갯수에 따라 가난 큐브를 추가로 받습니다. 게임이 끝났을 때 가난 큐브 갯수가 많은 플레이어들은 벌점을 받게 됩니다.
이 메카니즘이 플레이어에게 제시하는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언제 도시 운영을 택할 것인가: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개입되어 있습니다. 원하는 건물을 다 지었는지, 돈이 부족해서 당장 운영을 해야 하는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확보되어 있는지, 1회만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사용하기에 최적의 조건이 되었는지, 손에 든 카드가 너무 많아서 가난 큐브를 너무 많이 받게 되지는 않는지 등등.
핸드 크기를 몇 장으로 유지할 것인가: 매 턴 카드 1장은 무조건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한 핸드 크기가 쉽게 줄지 않습니다. 핸드 크기는 역시 가난 큐브 갯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지를 열어두기 위해 마냥 핸드 크기를 크게 유지할 수 없습니다.
언제 보로우를 구입할 것인가: 이 문제는 핸드 크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도시를 운영한 뒤 가난 큐브 갯수를 계산할 때 자기가 소유한 보로우 갯수만큼 제하고 받으므로 많으면 많을 수록 좋습니다. 게다가 게임이 끝났을 때 해당 보로우별로 승점도 받습니다. 그런데 보로우를 구입하면 그 순간 보로우별로 지정된 장수만큼 카드를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당장 다음번 도시 운영시 가난 큐브 갯수는 늘어나기 십상입니다.
자기 앞에 건물을 몇 개나 지을 것인가: 카드를 이용해 건물을 건설할 경우, 새로운 건물 스택을 만들 수도 있고 기존에 지은 건물 위에 덮어서 놓을 수도 있습니다. 한 번 도시를 운영할 때 최대한 많은 기능을 사용하고 싶다면 스택 갯수를 늘려서 여러 개의 건물을 동시에 사용해야 합니다. 한데 역시 가난 큐브 갯수를 계산할 때 스택 갯수만큼 받게 됩니다.
게임의 핵심은 더 큰 핸드 크기/더 많은 건물 스택으로 다양한 기능/득점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과 가난 큐브를 통한 벌점을 피하는 것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입니다. 보로우들을 보면 전통적으로 가난한 노동 계층이 살았던 동부 런던의 경우 구입 가격이 싸고 받는 승점도 적은 대신 구입할 때 받는 카드 장수는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카드가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는 핵심 메세지인 셈이죠 :)
견고하게 디자인이 잘 된 것은 사실이지만, 평소 Martin Wallace가 내놓는 디자인 복잡도에 비하면 확실히 좀 가벼운 게임인 것도 사실입니다. 호불호는 여기서 많이 갈릴 듯 하네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Treefrog 라인을 만든 이래 내놓은 게임들은 대체로 좀 더 가벼운 편이었죠. 여전히 “이건 꼭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안들지만, 막상 플레이해보니 룰북으로는 알 수 없었던 매력이 한 가지 있긴 했습니다. 바로 카드에 등장하는 런던의 건물들이 주는 매력입니다. 물론 제가 지금 거기 살아서 감회(?)가 더욱 큰 면도 있겠지만(예를 들어 런던대학/University of London 카드에는 지금의 UCL 도서관 건물이 그려져 있는데, 그 아래 있는 구내식당에 밥먹으러 다니거든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 도시에 바치는 오마쥬로 손색이 없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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